
아이리버는 국내 음향 기기 업체로써 자부심을 지켜오던 브랜드이다. 비록 MP3플레이어의 몰락과 함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할뻔도 했지만, 칫솔 살균기나 USB허브같은 비록 자질구레해보이는 기기들을 만들어가면서도 영광의 순간을 되돌리기만을 염원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아이리버는 결국 아스텔 앤 컨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고급 음향기기 시장으로 전력투구를 하였고, 그 결과는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열띤 반응과 해외 유수의 오디오 매거진에서 호평을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하기 위해 또 다른 유명 음향기기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아이리버에서 최근 파이널 오디오와의 협업으로 발매한 보급형 이어폰이 지금 소개할 ICP-AT500이다.
구성품은 보급형 이어폰 답게 단촐하다. 이어폰 본체와 세가지 사이즈의 실리콘 이어팁 세쌍, 그리고 보증서뿐이다. 요즘 보급형 이어폰에도 심심치 않게 휴대용 케이스나 파우치가 포함되는 것이 비하면 조금 아쉬운 구성이긴 하다.
이어팁의 품질은 보급형 이어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게 되어있어서 가장 큰 사이즈의 이어팁이 여타 이어폰들의 중간 사이즈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제품의 이어팁으로 착용이 어려워 소니 이어폰의 이어팁을 장착해 사용하였다.
이어팁을 제거해보면 노즐의 길이가 전체적인 하우징 크기에 비해 상당히 짧다는 걸 알 수있다. 이 때문인지 귀에 삽입해도 잘 빠지는 등 이어팁과 짧은 노즐의 영향은 개인에 따라 불편한 착용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보인다. 다만, 본인의 경우는 소니 이어팁으로 교체해 사용하면서 착용에 대한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야들야들하고 작게 나온 ICP-AT500의 이어팁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케이블의 분기 부분에는 보다 안정적인 착용을 도와주도록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플러그는 금도금된 일반적인 3.5mm 사이즈이다. ㄱ자로 꺾인 플러그는 사용자의 성향 마다 다르겠지만, 단선에 유리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줄 정도로 잘 되어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올 블랙 색상 외에도 아래 이미지와 같은 색상과 배합의 제품들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겠다.
<이미지 출처 : 아이리버 공식 홈페이지>
ICP-AT500의 음색은 저음이 강조된 스타일로 부드럽고 따뜻한 양감을 지니고 있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다소 어둡고 답답한 음색일 수도 있는데, 저음이 풍성한 스타일의 소리를 선호한다면 이 제품의 음색이 상당히 매력있게 다가 올 수 있다. 특히 저음이 주변의 소음에 의해 가려지는 외부에서 감상할 때는 이처럼 저음에 강조가 있는 음색이 장점이 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EQ를 통해 저음을 살짝 낮춰서 보다 균형 잡힌 음색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파이널 오디오의 고급스러운 외관은 시선을 떼기 힘들 정도로 아주 멋진 모습으로 누가 보아도 보급형 이어폰으로 생각하긴 힘들 것이다. 다만, 파이널 오디오의 대부분 제품들이 인체 공학적이라고 보기 힘든 아름다운 디자인이 많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제품도 착용에 아쉬움이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이어팁으로 문제없이 착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착용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이어팁을 바꿔주는 것만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로 보여진다.
아이리버와 파이널 오디오의 협업이 고가 기기만이 아닌 ICP-AT500같은 보급형 기기로도 선보인 다는 점은 높게 살만하다. 특히나 좀처럼 보기힘든 수준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몇몇 아쉬운 점을 가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아주 큰 매력을 뿜어낸다. 앞으로 당분간 아이리버의 선전을 계속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표되는 아스텔 앤 컨의 신제품들은 물론, 이처럼 다양한 제품이 계속 나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던 ICP-AT500의 단점을 개선한 조금 더 상위 기종을 기대하게 된다. 물론 이보다 멋진 디자인이라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